뇌와 컴퓨터가 연결된 네트워크에 신종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접속자들 사이에 자아정체성 장애—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인식과 느낌을 잃어버리는— 팬데믹 현상이 일어난다.
서진과 진아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자아정체성의 90퍼센트 이상을 상실한 중증 환자다. 그들은 매일 아침, 자기 존재를 구성하는 의식을 컴퓨터에서 다운로드 받으며 잠에서 깨어난다. 이 사이버 의식은 과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있던 개인의 이력과 그들의 의식에 남아 있는 10퍼센트 정도의 자아정체감을 종합해 재구성한 것이다. 밤에 잠들기 전에 그들은 그날 하루를 겪은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의식 업/다운로드 시스템인 ‘아이엠(I AM)’의 오류로 인해 서진과 진아는 정체성의 한 부분이 서로 뒤바뀌어 입력된다. 자아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들, 즉 성 정체성, 성격, 취향, 식습관, 생활 습관 등이 모두 제대로 입력되었지만 단 한 가지, ‘세계관’이 서로 바뀌어 다운로드된 것이다.
‘세계관’은 서진과 진아의 자아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였다. 과학기자인 서진은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외적으로 증명 가능하고 현실적으로 경험되는 것만 신뢰하는 과학주의, 물질주의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마음수행원을 운영하고 있는 진아는 만사를 마음과 에너지 차원에서 바라보며 비물질적이고 내면적인 것을 중시하는 관념주의자, 영성주의자였다. 이렇듯 상반되는 두 세계관이 서로 엇갈려 들어와 서진과 진아의 정체성의 핵을 이루게 되면서, 둘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그 상태로 각자의 자아정체성이 정립되어 간다.
어느 날 서진은 에고 컨설팅을 받던 중 자신에게 타인의 정체성(세계관)이 다운로드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이엠사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다운 받은 사람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서진과 하나가 관계를 맺게 된다. 두 사람은 세상을 보는 정반대의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다.
둘은 자주 만나며 상대방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입장 차이로 인해 둘 사이엔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그 입장이 본래 자신의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상대방의 관점을 반박하는 언쟁을 계속한다. 만날 때마다 옥신각신하면서도 두 사람은 계속 만남을 이어가고, 그러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둘 사이가 점점 깊어진다.
그렇게 다툼과 화합이 반복되면서 두 세계관은 점차 하나로 통합되어 간다.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싸우지 않게 된 그들은 부부처럼 붙어 지내는데, ‘아이엠’의 데이터를 통해 두 사람의 의식이 한 사람처럼 동일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엠’에서도 이를 기이하게 여기며 두 사람의 의식을 분석하려 하지만, 둘은 정체성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검사를 미룬다. 얼마 뒤, 자아정체성을 100퍼센트 회복한 그들은 ‘나’를 되찾은 기념으로 신나게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바다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된다.
작품명: 아이엠
작품 형태: 단편소설
등장인물:
* 서진: 33세 남성. ‘아이엠’ 시스템에 의해 진아와 세계관이 교체됨.
* 진아: 33세 여성. ‘아이엠’ 시스템에 의해 서진과 세계관이 교체됨.
배경: 인간의 뇌와 컴퓨터의 직접적인 연결이 가능해진 가까운 미래. 대도시.
로그라인: 자아정체성 장애로 인해 '아이엠(I AM)'이라는 시스템에서 자아를 다운 받고 살아야 하는 남녀 주인공이 서로 뒤바뀐 세계관을 다운 받게 되면서 일어나는 자아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
기타: 2020년 과학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 과학스토리텔러 2기 출품작, 우수작 선정.